호주 워킹홀리데이. 사과농장에서의 첫 번째 하루.

Posted by Hey,dude!
2011. 2. 8. 22:50 여행 Season 2/호주(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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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2 (월)

 

 

오늘은 빗소리에 잠이깼다. 아침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언제나 기분을 좋게만들지만 오늘은 걱정이 앞선다. 사과 따야하는데 비옷도 없고 이거. (다행히 농장에서 비옷을 제공해줬다.) 어쨌든, 어제 저녁에 미리 준비해놓은 도시락을 싸들고 사과농장으로 출근을 한다. 아침 6시 50분 즈음에 사과농장 도착. 2~3분 후 농장 주인이 나온다. 시간당 임금은 18불. 나쁘지 않다.

 

이전에 사과 따본 적 있어? 농장 주인(Peter)이 물어본다.

아뇨. 처음 해보는 일이에요. 라고 대답하자.

괜찮아. 어렵지 않아. 라고 농장 주인이 말한다.

 

진짜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랑 어깨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어깨에 캥거루백(사과를 담기 위한 캥거루 주머니처럼 생긴 가방)을 매고 사과를 딴다. 캥거루백에 사과가 가득 차면 빈(Bin; 과일을 담는 커다란 통)에 옮겨 담기를 수없이 반복.

 

함께 일을 하면서 농장 주인이 이것저것 많이도 물어본다. 어디나라 사람이냐, 호주에 얼마나 있었냐, 얼마나 있을 예정이냐, 여자친구 있냐, 어떤 여자 스타일 좋아하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 한국에선 뭐했냐.

어느 농장이나 처음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 수는 없어지고 묵묵히 일을 하게된다. 말 하면 힘드니깐.

대화 도중에 영화 “굿 윌 헌팅”에 나오는 대사중 하나를 마치 내꺼처럼 써먹었다.

 

나 : “내가 비행기 타고 호주에 오는 중에 기장이 방송을 했어요. 이상 기류를 만났으니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죠. 그런데 기장이 마이크 끄는 걸 깜빡하고 “지금 여자랑 커피만 있으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겠다.” 라고 말하는거에요. 그러자 승무원이 놀라서 기장에게 달려갔죠. 그러자 한 승객이 말하길.

“이봐요, 커피도 꼭 챙기세요.”

 

피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유머가 먹히는구나. 난 하나도 재미없던데. 여기선 좀 먹히는 유머인가보다.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3시 30분에 일을 마쳤다. 30분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늘은 총 8시간을 일했군.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샤워도 하고, 공부도 하고, 미드도 한편 보고, 그러다보니 저녁시간. 저녁을 먹고 설거지 하고,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도 시간이 오후 8시다. 인터넷도 안되고, 핸드폰도 안터지고, TV채널도 하나고, 이건 뭐.

딱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다. 모든게 느릿느릿하다. 머리도 식히고, 돈도 벌고, 사람들도 만나고, 가끔 길가다 캥거루도 마주치고. 딱 내가 바라던 워킹홀리데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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