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즐거운 일이 있으면 씁쓸한 일도....

Posted by Hey,dude!
2011. 2. 8. 22:46 여행 Season 2/호주(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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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차가 잘 굴러간다. 600불 주고 구입한 차가 잘 굴러간다.

내가 사는 곳에서 퍼스까지는 약 250km거리. 그 거리를 벌써 두번이나 다녀왔다. 신라면 2박스, 짜파게티 1박스, 김치, 간장, 고추장.

 

고추장을 사니 된장이 덤으로 따라왔다. 퍼스에 있는 한인마트. 크기는 동네 구멍가게 만하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한국음식 없이 1달 반을 지내다가 고추장을 손에 넣고 나니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걸 얻은 기분이다. 고추장이 최고다.

어쨋든 내 말은, 차가 잘 굴러간다. 차에겐 미안하지만 타다가 망가지면 버리자는 심정으로 구입했는데 자기 몫 이상의 일을 한다. 사랑스럽다.

 

그 사랑스러운 차로 호주 생활을 함께해온 부랄 친구를 퍼스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한국으로 떠나는 친구. 호주 생활을 2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돌아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 매일 게임하고, 영화보고 침대에 누워있는 친구를 보면서 저럴 바에야 차라리 한국에 가는게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아쉽다는 생각. 이제 약 1~2주 후면 사과 시즌이 시작되는데, 그 기간 동안만 이라도 일을 하고 가지... 라는 생각.

 

미안하다는 생각. 괜히 호주 가자고 준비도 되지 않은 친구를 꼬득인 점. 그리고 생활하면서 사소한 의견 차이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준 것.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했지만, 이리 저리 길을 헤메다가 탑승 40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한국으로 쫓겨나듯 서둘러 탑승 절차를 마치고 그럴싸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친구는 서둘러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마음으로 충분히 인사는 했으니, 한국에서 보면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잘 있었냐는 인사가 무색할 만큼,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랜데?

 

순식간에 친구는 사라지고, 나는 혼자 남았다. 잘 굴러가는 저렴한 차를 몰고 내 잠자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길....

시원 섭섭 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지평선과 맞닿은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일을 하지 않고 지낸지 약 3주가 되어간다. 한달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차사고, 시드니에 다녀오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 돈이 떨어져간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재정상태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구직활동에 들어가야겠다.

처음 보다는 많이 낳아졌다. 지리도 알고, 차도 있고, 머물 곳도 있고. 처음 왔을 때 보다 많은 부분에서 이점이 있다는 점으로 만족하면서...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혼자. 새롭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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