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Off. 호주 은행계좌 열고. Tax File Number 신청하고. 핸드폰도 사고.
2월 23일.
친구는 아침 일찍 토마토를 따러 나가고 나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었다. 오늘 내가 일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더 이상 은행계좌를 여는 것과 TFN(Tax File Number)을 신청하는 것을 연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WEST PAC 이라는 은행은 나중에 따로 Tax return 을 신청할 것 없이 자동적으로 Return이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워홀러들이 선호하는 은행이다. 히치하이킹으로 Donny Brook으로 나가서 은행계좌를 열고, 인터넷 카페에서 TFN(Tax File Number)도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Prepaid phone을 구입한 것인데, 덕분에 부모님께 연락을 드릴 수 있었다. 출국한지 13일 만에 처음 드리는 전화이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니 마음이 울컥해진다. 부모님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처음 핸드폰을 구입하고 활성화 시키는 과정에서 약간의 애를 먹었지만 이제 내가 호주에서 필요한 것들을 거의 다 갖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집, 일자리, 핸드폰, 은행계좌, TRN.
이곳 Donny Brook은 West Australia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주변에 이보다 더 작은 마을들이 있어서 이곳으로 장을 보러 오곤 한다. 대형마켓도 있고, 백팩커스(Back packers)도 활성화 되어있는 작은 마을이다. Google Map 으로 검색을 하면 그 크기를 볼 수 있는데 정말 작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다.
필수적인 것들은 모두 마치고 장을 봤다. 오늘 구입한 물품목록은 토마토 농장에서 사용할 장갑, Sun block, 안나(Anna) 아줌마에게 줄 작은 선물, 손톱깎이, 쌀4kg, 치약, 샴푸, 타임즈 매거진 등.
안나 아줌마? 안나 아주머니는 키럽(Kirup; 내가 지내는 곳 지명이름)에서 단 하나뿐인 상점을 운영하는 분인데 내겐 어머니 같은 분이다. 처음 Kirup에 도착하자마자 방도 구해주고, 장갑 없이 토마토를 딸 때 장갑도 주고, 가게에 들를 때 마다 빵도 공짜로 준다. 계속 받기만 할 수 없어서 읍내에 나온김에 작은 선물을 하나 구입했다. 아줌마들은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샤워용품세트를 하나 구입했다.
볼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2시. 히치하이킹을 해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너무 더워서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보다는 그냥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를 타려면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 그래서 또 안하던 행동을 한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넷북을 켜놓고 이 글을 쓰고있다. 커피. 난 맛을 구별을 못하겠다. 그 커피가 그냥 그 커피같다.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건 블랙. 쓰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건 200원짜리 자판기 밀크커피. 달콤하다. 가장 맛없는건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5000원 넘는 커피.
버스는 4시 10분에 오는데 3시가 되자 손님들은 다 나가고 아르바이트생은 주변을 슬슬 청소하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해서 지금 문 닫을 시간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응? 오후 3시인데? 적어도 5시 까지는 영업 하겠지,, 하고 갔는데 3시에 마감. 재미있다. 돈에 큰 미련이 없나보다. 할 수 없이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핸드폰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만지작만지작 하는데 한 여중생이 말을 걸어온다.
“내 핸드폰이랑 같은거네요?”
“어? 응. 그러네?”
“이거 버튼 잠그는 기능 아니? 혹시라도 통화버튼 실수로 누를까봐.”
“이건 그런거 없어요.”
“아....;;”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게토레이 한모금만 마셔도 되요?”
“어. 안될거 없지.”
“왜 다리를 쩔둑거려?”
“스쿠터 타다가 넘어져서요.”
“아,,, 아프겠네...”
“조금.”
“넌 어디가니?”
“번버리(Bunbury)요.”
“거기가 집이야?”
“네. 아저씨는요?”
“키럽(Kirup). 너 버스 몇시에 오는지 알어?”
“아뇨.”
“나한테 버스시간표 있으니까 이거 봐.”
“고마워요.”
버스 시간표를 본 후.
“고마워요.”“뭘. 심심해?”
“네.”
“내 노트북에 미국에서 찍은 사진 많은데 같이 볼래?”
“네. 미국인이세요?”
“아니, 한국인.”
“뉴욕, 마이애미, 보스턴. 어디부터 볼래?”
“뉴욕.”
사진을 넘기며 같이 보는 중... 심심한데 말동무가 생겨서 그나마 낳았다.
“몇 살이세요?”
“몇 살처럼 보여?”
“스물하나?”
“스물여섯.”
“아.”
“넌 몇 살인데?”
“9학년이에요.”
“그렇군.”
“호주에서도 사진 많이 찍었어요?”
“어, 조금.”
“이건 카메라에요?”
“어.”
찰칵.
“웃어야지. 너 완전 인상 쓰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찰칵.
“같이 찍을래요ㅋㅋㅋㅋㅋ?”
“응? 응, 그래.”
찰칵.
중학교 3학년이랑 이러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버스가 왔다.
“나 이제 가야겠다. 잘가~”
“네~담에 봐요~”
버스기사에게 키럽(Kirup)까지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그냥 타라고 한다.
집에 오니 5시가 다 되어간다. 아직 친구는 토마토를 따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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