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Walden - Henry David Thoreau - ; 나누고 싶은 글 열)

Posted by Hey,dude!
2009. 12. 28. 13:39 정보 & 취미/취미 & 영상 & 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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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의 저자 소로우는 우리의 인생은 왜 고달플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해답은 가장 쉽고 기초적인 것이지만
우리는 답을 알면서도 쉽게 그 답에 다가설 수 없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아래는 본문 내용입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돌보고 있는데 그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도 괜찮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의 강점과 약점에 다 같이 알맞게 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의 끊임없는 근심 걱정과 긴장은 치유 불능의 병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다가 병이라도 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늘 얼마나 긴장한 채 살고 있는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다가 밤이 되면 마지못해 기도를 드리고는 자신을 불확실성에 맡겨버린다.

우리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을 신봉하고 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길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어.”하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반경을 그을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변화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상상 속의 사실을 오성(悟性)속의 사실로 바꾸어놓을 때 모든 사람들은 드디어 그 기초 위에 자기의 인생을 세울 것으로 나는 내다본다.

그러면 여기서 잠시 내가 지금까지 언급해온 근심과 걱정의 대부분이 무엇에 관한 것이고, 또 우리가 어느 정도로 걱정을 하거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인간 생활에서 으뜸가는 필수품들이 무엇이며, 이것을 얻기 위하여 어떤 방법들을 취해왔는가를 알기 위하여 문명의 한가운데서나마 원시적이고 개척자적인 생활을 해보는 것은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또는 상인들의 옛 장부를 들여다보고 사람들이 가게에서 가장 많이 사간 것은 무엇이며, 가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료품과 잡화로는 어떤 물건들이 있었는지 알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회가 발전했어도 인간 생존의 기본 법칙에는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것은 우리의 골격이 우리 조상의 골격과 별 차이가 없는 것과 같다.

지구의 어떤 지방에서는 여름이 오면 일종의 낙원과 같은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 계절에는 음식을 장만할 때 말고는 연료가 필요 없다. 태양이 불을 대신해주며, 과일들이 햇빛으로 충분히 익는다. 먹을 것은 가짓수도 많고 얻기도 쉬우며 의복과 가옥은 전혀 또는 반쯤은 필요 없다. 나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현재 이 나라에서 의식주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몇 가지 도구, 즉 칼, 도끼, 삽, 손수레 따위이며, 학구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램프, 문방구 그리고 몇 권의 책인데, 이런 것들은 모두 사소한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명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지구 저편의 야만적이고 비위생적인 지역으로 건너가 10년이고 20년이고 교역에 몸을 바쳐 종사하는데, 그 목적은 결국에는 고향인 이곳 뉴잉글랜드로 돌아와 따듯하고 편안하게 살다가 생을 마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돈이 지나치게 많은 부유층은 단지 편안할 정도의 따뜻함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뜨거움[각주:1] 속에 살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들은 새로운 유행에 따라 요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사치품들과 이른바 생활 편의품들 중의 많은 것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 향상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사치품과 편의품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및 그리스의 옛 철학자들은 외관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난했으나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보다 후대에 살았던 인류의 개혁자들과 은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 농업, 상업, 문학, 예술을 막론하고 불필요한 삶의 열매는 사치일 뿐이다.



오늘날 철학 교수는 있지만 철학자는 없다. 삶다운 삶을 사는 것이 한때 보람 있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그렇단 말인가?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자가 되는 것은 인생의 문제들을 그 일부분이나마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위대한 학자들과 사상가들의 성공은 군자답거나 남자다운 성공이 아니고 대개는 아첨하는 신하로서의 성공이다.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당히 타협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기 때문에 보다 고귀한 인간류의 원조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왜 사람은 몰락하는 것일까? 왜 가문들이 결국은 끝장을 보는가? 여러 민족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멸망시키는 사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의 생활에는 그것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철학자는 외면적인 생활양식에서도 시대를 앞서간다. 그는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처럼 먹고 자고 입고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는다. 철학자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생명의 열을 유지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미 말한 여러 방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 다음에는 무엇을 바라겠는가? 같은 종류의 열을 더 바라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즉 더 풍부하고 기름진 음식, 더 크고 화려한 집, 입고 남을 정도의 더 좋은 옷, 끝없이 타오르는 더 뜨거운 불 따위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것을 더 장만하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바로 먹고 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1.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뜨거움’이란 당시 부유층 사이에 도입되어 유행하고 있던 중앙난방시설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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