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혼자 힘으로 하는 미국 여행.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과 마음 가짐. 2편.

Posted by Hey,dude!
2011. 1. 24. 19:54 여행 Season 1/플로리다(Flo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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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경비마련!

시급 4천원, 5천원 하는 아르바이트로 단기간에 돈을 많이 모으기는 힘들 것 같아서 영어과외로 돈을 벌기로 했다.
전에 영어과외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일단 전단지를 만들었다.


자, 이제 복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100장에 만원. 우리동네(강원도 철원)는 100장에 만원이다.

그래서 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를 찾아갔다.

“싸이, 부탁이 있는어.”
“뭔데?”
“이거 복사좀 해주라. 맛있는 거 사줄께.”
“그래? 뭐 너가 하는 일이니까 해주지 뭐. 몇 장이나 해줘?”
“500장."
“뭐?”
“아, 부탁좀 할께.”

싸이는 군청 정직원도 아닐 뿐더러 짬밥도 안되는데 나 때문에 몰래 공공기물을 횡령해야만 했다.

A4용지 500장. 무료로 인쇄.

일단 5만원 굳었고, 나중에 과외해서 받은 월급으로 김밥도 사주고 라면도 사줬다.

 

☺ 전단지 부착

7월, 여름. 자전거를 타고, 왼쪽 손목엔 청 테이프를 걸고, 옆구리엔 전단지가 가득 든 가방을 끼고, 주머니엔 칼 한자루를 넣고 작업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전봇대, 담벼락, 아파트 전부 전단지를 붙이면서 들쑤시고 다녔다.

논길을 타고 가면서 전단지를 붙이는데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잠시 후 번개가 치더니 천둥소리가 들리고 소나기가 내린다. 일단 철수.

고모가 운영하는 빨래방에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가 잠이들고 깨어났을 땐 다행이 비가 멈춰주었다.
전단지를 붙였던 곳을 순회를 했다.



난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뻔 했다.
전단지는 바람에 뜯겨지고,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지고,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사라지고,,,
전봇대도 젖고. 내 마음도 젖고.

안되면 대기하라!!
 
작업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다음날, 새로운 마음으로 전단지를 전부 돌렸다. 최대한의 속도로. 아직 군인 정신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의 속도로 작업을 마쳤다.

그날 밤 친구와 삼부연 폭포를 거닐며 산책을 하던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첫 학생이다.!

 

☺ 과외

6명이다. 방학기간이라 다행이 학생들이 많이 모아졌다.
고등학생2명, 중학생 3명, 초등학생 1명.
처음 하는 과외였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준비도 하고 열성을 다해 가르쳤다.

과외를 해보니 정말 선생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않는다.
한명한명 성격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똑같은 내용을 수십번 가르쳐도 알지 못하는 학생, 공부가 하기싫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지려는 학생, 계속 10분만 쉬자는 학생,,,

반면에 한번 설명을 하면 그대로 흡수하는 학생도 있고, 숙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는 학생도 있다.
나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학생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의 인성에 도움이 조금 되었던 것 같다. 
이 블로그로나마 선생님들께 고개숙여 사죄를 드린다.

사실 난 엄청 말 안듣는, 가끔은 대들기도 하던 그런 학생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땐 철이 없었어요. 용서해주세요.ㅠㅠ. 진심입니다.

8월, 학생들 개학 시즌.
이제 학생들이 학교를 가 있는 시간엔 다른 일을 해야한다.
투잡. 노가다.

☺ 예술.

새벽 5시 30분.
인력 사무소에 가면 그날그날 일거리를 찾는 아저씨들이 모인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
인력 사무소에서 커피 한잔 타서 마시고 있으면 사무소 관리 아줌마가 인력꾼들을 배치시킨다.

몇명은 인삼밭, 몇명은 곡식 처리장, 몇명은 하수 처리장, 몇명은 집수리.

내가 처음 일을 한 곳은 하수 처리장이다.
그 다음날은 곡식 처리장, 그 이후엔 인삼밭에서 며칠.

하루에 8만원 받아서 10%를 인력 사무소에 주고나면 7만 2천원. 이거 괜찮다.
아침 6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5시면 일을 마치고, 점심도 주고,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많고.
하지만 비가 오면 일을 못한다는게 아쉽긴 하다.

나중에는 고모부가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게 되어서 그곳에서 하루 8만원씩 받고 일을 했다.
수수료 10% 낼 필요도 없이.
낮에는 노가다 저녁엔 과외. 투잡이다.

부대에서 모아놓은 돈 조금과 이렇게 모은 돈으로 여권, 비자신청, 그리고 157만원짜리 비행기 왕복 티켓까지.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속옷도 사드렸고, 아버지 어머니 티셔츠도 한장씩 사 드렸다.
이정도면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 9월 22일. 출국

06:00 인천 국제공항 도착.

두려워말라.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 말라. 강하고 담대하라.

아직 새벽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공항 티켓팅을 하며 줄을 서있는데 그동안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전역 후 많은 일이 있었다.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과외 전단지 제작에서 부착까지, 사람들 모아서 과외도 하고, 친구들과 등산도 가고, 한 학생이 날 포기하게 할 뻔 하게 하기도 하고, 막노동도 하고,,,

2달이라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비행기에 앉아 있는 지금,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나의 모습은 긴장이 묻어나는 웃음만.

진담이든 농담이든 거의 모든 친구들이 말한다.
“총맞는거 아니야?” “조심해라.ㅋㅋㅋ” 정작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명언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 어느쪽이든 그것은 맞는 생각이다.' - 누군지 모름-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마음에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 나는 200% 믿는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보면 알게 되겠지 뭐.

짐을 많이 들고다니는 걸 싫어해서 내가 가진 전부는 가방 하나, 옷 두벌, 카메라, PDA(왜 가져갔는지 참..), MP3 player.


<왼쪽: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 가방, 오른쪽 : 내가 가져간 가방. 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5개월이 넘는 미국여행을 떠났다.>

썬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mp3를 귀에 꼽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그렇게 24살의 첫 해외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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